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와인 생산지 캘리포니아에서 작년 빈티지가 아름다운 풍미, 생생한 산도와 균형미를 갖춘 역대급 와인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보고서를 작년 말 발행되고 ABS 뉴스, CNN 등 앞다퉈 인용 보도하게 된다.
이렇게 우수한 와인이 생산되게 된 배경으로 기후의 영향을 들고 있는데, 2023년은 ①산불 피해가 없어 온전히 햇빛을 받을 수 있었으며, ②겨울에 풍부한 비가 내려 휴식기 포도나무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였고, ③봄과 여름에 캘리포니아 전역에서 시원한 기온이 지속되어 포도가 천천히 익어가며 풍미와 아로마를 풍부하게 만들었고, ④ 좀 더 오랜 발육기간을 거쳐 평균보다 2주에서 한 달가량 늦게 수확이 시작되게 되며 결과로 산도와 알코올 도수의 밸런스가 좋아졌다고 한다.
반면 주요 와인생산지인 이탈리아와 스페인, 호주, 칠레는 이상기후의 영향을 받아 전 세계 와인 생산량이 196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특히 이탈리아는 와인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작년과 같은양을 생산하는 프랑스에 와인 최대 생산국 지위를 내주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 세계 와인 생산량의 61%를 차지하는 유럽의 경우 봄에 비가 많이 내리는 바람에 곰팡이가 늘었고, 일부는 폭풍과 우박과 홍수의 피해를 보고 있는 와중 다른 지역에서는 극심한 가뭄, 온갖 이상 기후들이 이곳저곳 발생하며 전년대비 이탈리아는 12%, 스페인은 14%, 그리스는 무려 45%의 생산량 감소가 전망되고 있다. 반대편인 호주에서는 폭우와 홍수의 여파로 24%, 브라질은 가뭄으로 30% 줄어든다 전망되니 미국만 노난 와인 마켓이 되지 않았나 싶다.
와인생산국 순위 (2022년 기준) (Source: Ranked: World’s Biggest Wine Producers by Country)
순위 | 나라 | 생산량 (백만 l) | 점유율 |
1 | 이탈리아 | 4,984 | 19.30% |
2 | 프랑스 | 4,559 | 17.65% |
3 | 스페인 | 3,570 | 13.82% |
4 | 미국 | 2,239 | 8.67% |
5 | 호주 | 1,275 | 4.93% |
6 | 칠레 | 1,244 | 4.82% |
7 | 아르헨티나 | 1,145 | 4.43% |
8 | 남아공 | 1,016 | 3.93% |
9 | 독일 | 894 | 3.46% |
10 | 포루투갈 | 678 | 2.62% |
기후변화와 와인생산
와인 품질의 변화
앞서 기술한 것과 같이 기후변화는 확실히 일부엔 피해를 주지만 다른 와인산지엔 호재로 작동하고 있다.
와인 산지가 확대되고 있어 역사적으로 별 볼일 없던 지역인 영국, 오리건, 뉴질랜드, 오스트리아에서 훌륭한 와인이 생산되고 있고, 보르도 같은 경우 좋은 빈티지가 그다지 자주 오지 않고 10년 정도에 한번 정도 찾아왔었으나 최근 10년간은 기후 여건이 잘 맞아 2012, 2015, 2016, 2018, 2019 모조리 좋은 해로 기록되고 있다.
포도품종의 변화 (포도산지의 북진)
2017년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미국의 소노마 지역의 한 와인메이커는 그간 재배하던 백포도주 소비뇽 블랑을 아르핸티나 품종인 말벡으로 대체한다.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소비뇽 블랑이 자리기엔 기온이 따뜻해졌기 때문이다. 나파밸리에서 멀롯을 재배하던 한 메이커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품종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사과 생산지가 과거 대구, 예산, 거창 등지에서 최근 강원도의 평창, 영월, 정선까지 확대되고 있고 전통적인 산지에서는 생산량이 줄고 있는 것과 같은 기후 변화에 따른 과일 생산지의 북진과 같은 것이다.
와인생산에 영향을 주는 기후요소
기온
기온이 상승하면 포도의 발아, 개화, 결실, 성숙, 수확시기가 앞당겨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포도의 당도가 증가하고, 산도가 떨어지며, 2차 화합물이 감소하게 된다. 이는 와인의 알코올 도수를 증가시키고, 산미가 감소하고, 향이 약해지는 등 와인의 풍미와 품질을 저하하게 된다.
※ 와인의 2차 화합물: 포도가 익으며 생성되는 화합물로 와인의 색상, 향, 맛에 영향을 미치는 안토시아닌, 탄닌, 플라보노이드 등
강수량
강수량이 증가하면 포도의 곰팡이나 바이러스 감염의 위험이 증가하고 포도의 당도가 감소하며, 산도가 증가함과 동시에 2차 화합물이 감소하게 된다. 이는 와인의 색과 향의 옅어지고, 산미를 증가시키며, 풍미가 감소하게 되는 등 와인의 품질을 저하시킨다. 강수량이 필요이상 감소하게 되면 포도의 수분이 부족해서 열매가 작아지고 탈수되어 자체 품질의 저하가 있을 수 있다.
햇빛
햇빛은 포도의 성장과 품질에 중요한 요소로, 당도, 산도, 2차 화합물 등의 양을 결정한다. 적당한 일조량은 포도의 당도를 증가시키고, 산도가 감소하며, 2차 화합물의 생성을 증가시켜 와인의 색과 향을 짙게하고, 풍미가 풍부해지는 등 와인의 품질을 향상시키게 된다. 빛이 과도하게 되면 당도가 과하게 증가하여 알코올 도수를 증가시키고 산도가 과하게 감소되고 향도 과하게 짙어지며, 와인의 풍미와 균형이 깨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포도의 친환경적 활용 (푸드업사이클링)
여기서는 포도를 친환경적으로 활용하는 다양한 방법을 알아보고자 한다.
와인 제조하고 남은 포도 찌꺼기를 물에 담아 침출시킨 뒤, 설탕을 넣고 발효시킨 술인 '피케트(Piquette)'는 5~9% 정도의 저도수 바이오에탄올을 함유하고 있고,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접근성이 좋아 성장 가능성이 있다. 또한 세계적인 에너지 회사인 토탈에너지스(TotalEnergies)社는 와인 제주 후 남은 잔여물을 활용해 바아오 에탄올 연료를 만들어 레이싱 경기에 공급하고 있다. 또한 이탈리아의 와인생산기업 '비제아'는 와인을 만들고 난 찌꺼기인 껍질, 씨, 줄기등의 불순물을 모아 와인가죽을 만들고 패션 브랜드 H&M과 협업하여 와인가죽으로 만든 친환경 의류와 제품군을 선보인 바 있다.
주제에는 살짝 벗어나지만 와인이 정치적으로도 활용이 된다.
며칠 전 조선일보에서는 ["안 마셔, 안 팔려, 안 자라" 와인 대국 프랑스, 포도밭 갈아엎는다]란 제목으로 젊은 세대들이 와인보다 맥주를 선호하고, 최대 수입국이던 중국이 수입을 중단하고, 폭염에 의해 맛도 작황도 엉망이 되면서 와인생산이 채산성을 잃게 되었다는 뉴스다.
JTBC에서는 동일한 주제로 내용은 중국의 와인굴기에 대해 보도를 하게된다.
2020년 11월 말 미국과 편을 먹고 중국에 철광석 수출규제 및 코로나 기원 조사 등을 요구하던 호주를 노리고 중국이 보복성으로 212%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게 된다. 이로 인해 호주의 대 중국 와인수출은 97%나 급감하게 되고 어부지리로 프랑스산 와인이 호주 와인을 대체하며 점유율을 높여 갔다. 하지만 닝샤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로 자체 와인을 생산하겠다는 중국이 생산을 확대하고 조지아로 알려진 와인 종주국의 지위를 넘보며 중국이 최초의 와인생산지라는 흔적을 만들기까지 하고 있다 보니 다시 프랑스산 와인의 대중국 수출도 줄게 되고 오히려 호주, 프랑스의 유수 와이너리들도 중국에 들어와 직접 와이너리를 열었다는 것이다. 이리 할 수 있는 바잉 파워를 부러워해야 하는 건지......
귀찮은 정치 얘기 다소 부러운 강국의 힘 들에 대한 생각은 뒤로 하고 처음 나온 소식으로 돌아가, 한껏 역대급 와인으로 기대한다 했으니 와인에 어울리는 안주나 찾아보며 2023년 빈티지 와인이 나오기를 기다려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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