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와 영상을 넘나들며 다소 추위에 방심하기 딱 좋은 오늘, 저녁 퇴근길 등의 시림을 느끼며 뜨끈뜨끈한 아랫목에 누웠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 난방 방식이 온돌이라서 가능한 생각이다.
서양의 벽난로 처럼 열원을 직접 이용하는 난방에 비해 바닥을 먼저 가열하여 간접 복사열을 이용하며 상대적으로 효율이 높아 K-난방이라 불리며 또 하나의 국뽕으로 자리하는 온돌이 기후 변화와 영향이 있다니 한번 살펴보고자 한다.
온돌의 확산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온돌은 역사에 대해서는 구석기시대에서 시작되었다는 얘기부터 기원전 옥저에서 발명되었다는 얘기 등이 있고 원시형태의 흔적이 포함된 유적들도 발견되나 기록으로는 삼국시대부터 등장하게 된다. 통구들 형태로 전체 방을 온돌로 난방하는 방식은 고려 말부터 등장하였고 이러한 바닥을 달구는 난방 방식은 우리의 바닥에 앉아서 생활하는 좌식문화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덕분에 한국인에 방바닥에 직접 않아서 일을 하는 특징과 이러한 생활 때문에 실내 가구들의 높이며 문과 손잡이 위치도 낮아지게 되는 특성을 주었으니 정말로 엄청난 영향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온돌이 한반도 전반적으로 확산된 것은 생각처럼 삼국시대부터는 아니다. 온돌은 일반적으로 시공에 많은 비용이 들다 보니 고려 중기로 와서야 개경의 중상류층에서는 사용이 보편화되고 말기에 비로소 한반도 남부까지 온돌이 확산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고려에서 조선으로 넘어가며 상류층이 권위와 품위를 나타낸다고 보던 화로에 불을 피워 난방하던 방식을 선호하며 온돌을 잘 채용하지 않았었고 이로 인해 조선전기에는 온돌이 하류층 문화로 인식이 되었고 17세기에 이르러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의 난으로 파괴된 건축물을 복구하는 과정에 가장 적극적으로 설치되게 된다.
온돌 확산은 이상기후 때문이다.
현상학 적으로는 전기한 파괴된 건축물을 복구 과정에 확산되었다고 하나 근본적인 원인은 17세기 전후 지구 전체에서 관측되는 '소빙기' 즉, 여름 한발과 겨울 추위가 지속되는 이상기후에 대응할 수 있는 난방방식을 채택하여 갔다라는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작년 열렸던 국사편찬위원회의 '기후와 인간 그리고 재난' 학술회의에서도 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 등 여러 문헌을 근거로 "15세기에 온돌은 하층민 생활양식으로 여겨졌고, 상류층은 침상, 탁자와 화로 같은 난방도구를 주로 사용했다"며 16세기 중엽이 되면 사대부는 물론 왕실에서도 온돌을 적극적으로 도입했고, 17~18세기에는 궁궐 내부에 온돌이 확실히 자리 잡았다."라고 설명한다.
더불어 일반적으로 생활문화는 상층에서 하층으로 퍼지지만, 온돌은 소빙기를 계기로 계응 구조상 아래에서 위로 전파되었다고 덧붙였다.
청계천은 온돌이 만들고
온돌이 전면적으로 확산되고 늘어나자 당연히 땔나무 소비도 늘어나고 마침 재해와 기근을 피해 한양으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산비탈을 개간하면서 인근 산이 점점 더 헐벗게 되고 나무가 없이 민둥산이 된 뒤로 비가 오면 토사가 흘러내려 청계천에 유입되게 된다. 이러다 보니 점차 폭우가 오면 빗길이 막혀 범람하며 주변을 침수시키고, 가뭄에는 물이 고여 썩어 악취가 진동하게 되면서 영조 재위기간에 이르러 '조선판 뉴딜'이라 할 만한 대규모 준설작업이 이뤄지게 된다.
당시 준설작업은 무려 20만명이 두 달간 진행되었고 구불구불한 하천을 호안공사를 통해 직선화하는 대규모의 공사였다.
청계천의 본래 이름은 '개천' 이었고, 혹자는 영조 때의 준설 공사를 통해 '개천'을 깨끗이 치웠다 하여 '청개천', 다시 후일 일제 강점기에 이르러 '청계천'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고 얘기를 하고 있으나, '한국민족문화 대백과사전'에서는 청계천이상류인 경복궁 서북의 백운동 부근을 흐르는 '청풍계천', 지류인 '옥류동천', '누각동천'과 남산에서 발원하는 3개의 지류를 합쳐 구분 없이 '청풍계천'이라 하던 것이 '청계천'이 되었다 하고 있다.
청계천이란 이름의 기원이 어찌되었건 지금의 청계천이 있게 된 데에는 영조의 준설작업이 있고 이 준설작업이 있게 된 원인으로 앞서 앞서 온돌이 지목되고 있으니, 온돌이 청계천을 만들었다는 것이 터무니없는 말은 아닐 것이다.
아이러니한 온돌의 에너지 효율
본래 난방용으로 불을 그리 때지 않다가 온돌의 따뜻함을 맛본 우리네 조상들은 앞서 설명한 데로 주변의 산이 황폐화될 때까지 땔감을 구해 아궁이에 밀어 넣었지만 사실 요리와 난방을 동시에 할 수 있고 요즘 컨덴싱 보일러처럼 연도를 구불구불 두어 열효율을 극대화시키는 온돌의 디자인은 효율의 극대화된 우리 조상네의 자랑스러운 발명품이다. 하지만 따스함을 맛본 조상네의 DNA 가 흐르는 현대의 한국인은 아무리 실내가 기온이 어느 정도 올라가도 엉덩이에서 올라오는 열과 직접 접촉이 없으면 만족을 하지 못하는 독특한 특성을 갖게 된다. 이러다 보니 돌아다닐 때 발바닥에 열기가 올라올 때까지 난방을 하게 되고 결국 한겨울 실내에서 반팔티 입고 생활하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다. 서구인의 기준으론 이해를 하지 못하고 우린 이를 우리네 온돌 시스템의 우수성으로 포장하지만 결국 효율 높은 난방 시스템이 과난방을 부르고 이러한 과난방이 에너지 낭비의 주범이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난방 효율이 높아 에너지를 아낄 수 있고 에너지를 아끼게 되니 탄소 배출이 상대적으로 적고 결국 기후변화 대책이다라는 스토리 라인을 잡고 시작된 이번 글은 어째 결론이 본래 의도와는 달리 전개된 것 같다.
그렇지만, 기후변화와 온돌 어떤 연관이 있을까 하고 시작은 하였으나 상호 영향을 주고 받고 있구나 하고 결론을 낼 수 있으니 오늘도 목적은 달성한 듯하니 만족스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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