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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Net Zero)/탄소발자국

스모선수와 탄소중립

by 수줍은 공돌이 2023.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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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스모 선수들이 비행기에 대거 탑승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파악하고 항공기를 추가로 띄운 일본항공(JAL) 측의 대응이 화제가 되어 국내 뉴스에도 소식이 올라왔다. 

당시 기사를 정리해 보면, 스모 선수들이 대거 탑승한다는 소식을 접한 일본항공 측은 항공기 제한 중량 초과로 인한 사고 발생을 우려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일본항공은 남성 승객의 평균 몸무게를 70㎏으로 계산해서 항공기를 운용하고 있는데, 스모 선수들의 몸무게는 평균 120㎏을 넘어서며 승객 제한 중량을 초과하게 되고 그만큼 항공기에 연료를 충분히 싣지 못하게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더 큰 비행기를 투입할까 고려도 하였으나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이타미 공항의 활주로 길이 제한으로 불가하여 하네다발 임시 편을 추가 편성 선수들을 분산 탑승시켰다는 얘기이다. 대회가 끝나고 돌아가는 선수들을 위해서도 임시 항공편을 추가 편성하였고, 언론들은 "중량제한으로 임시 편을 편성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라고 밝히며 스모 선수와 관계자들이 항공사의 조치에 감사를 표했다는 아주 훈훈한 결말이었다. 

우리 신문들은 "120kg 스모 선수들 탄다" 깜짝 놀란 日항공사의 긴급대책, “비행기 1대로 불가능” 120㎏ 스모선수 대거 탑승에 日항공사 진땀 등의 제목으로 스모선수들의 육중한 체중에 초점을 두고 독자들의 흥미를 끄는데 주력하였으나, 이 글에서는 다른 관점에서 이 뉴스를 파해쳐 보고자 한다. 

DAL.E

항공기의 탄소배출

항공기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정도이고, 최근의 항공 수요 증가를 감안하면 2050년에는 5%까지 비중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전체 운송 부분 온실가스 배출량 중 거의 12% 정도를 항공기가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보게 되면 육상 교통 배출량의 약 1/6에 해당하는 적지 않은 양이다. 

항공 부분의 탈탄소 노력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매년 연차총회에서 2050년 넷제로(탄소 순 배출량 0)를 달성하겠다고 밝히고 있고, 1명당 1km를 이동했을 때 배출하는 탄소량은 자동차의 2배, 기차의 20배가량으로 이동 수단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항공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이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가 전기차, 수소차 등으로 탄소 배출을 줄여나가고 있고 해상은 대형 선박을 중심으로 LNG, 메탄올, 암모니아처럼 친환경 연료 사용이 확대되고 있고 심지어 바람을 이용하는 신개념 돛도 도입이 추진되는 데 반하여 항공업계의 친환경 노력은 아직 걸음마 수준으로 더디기만 하다. 

가장 용이한 항공 부문의 탈탄소 방법은 철도로 대체하는 것:

항공 부문의 탈탄소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안타깝게도 항공 교통의 이용을 줄이는 것이다. 단거리 비행 대신 기차를 이용할 경우, 1km당 약 84%의 탄소를 감축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프랑스에서는 2시간 30분 이내의 단거리 국내선 중 대체 철도편이 있으면 해당 항공 노선을 금지하는 법안이 발효되기도 하였다. 

항공유를 바꾸자, 지속가능한 항공유 SAF

일단 지속가능 항공유는 SAF(Sustainable Aviation Fuel), 말 그대로 지속가능한 연료라는 뜻으로 불린다. 지속가능 항공유는 기존의 석유 항공유를 대체하는 바이오 연료로 생산한 항공유를 의미하며, 주로 동식물성 기름이나 폐식용유, 해조류, 사탕수수, 바이오매스 등을 활용해서 생산하고, 최근 활용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SAF를 사용하게 되면, 탄소 배출량을 최대 85%까지 줄일 수가 있고, 기존 제트 연료와 최대 50%까지 혼합 사용 및 같은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의 모든 항공기에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지속가능 항공유를 사용하게 될 경우 미세먼지라든가 유황 가스 배출 등을 감소시키면서 공기의 질 개선도 가능하다는 이점도 있기에 최근 항공 부분의 가장 현실적인 탄소중립 대책으로 인식되고 있다. 다만 기존 항공유 대비 2~5배에 달하는 가격은 여전히 극복해야 할 큰 숙제이다.  

작고 꾸준한 노력, 연료 효율이 좋은 항공기술 개발

전 세계 항공사들은 동체가 비교적 가볍고 연료 효율이 좋은 친환경 항공기를 속속 도입하고 있고, 수소·전기차처럼 수소·전기 항공기를 만들려는 시도도 있지만 기술적인 한계 때문에 사실 구현이 어렵거나 소형 항공기에만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런 어려움을 알기에 2015년 별도의 화석연료 없이 태양광만으로 세계일주를 성공한 솔라임펄스 2호와 같은 노력과 시도의 소식을 듣고 세계는 열광할 뿐이다. 

 

다시 스모선수 얘기로 돌아오면, 일본항공(JAL)은 결국 2회에 걸친 임시편을 추가 편성하게 되었고 이는 대략 76톤의 탄소를 추가 배출하게 한 셈이다. (단거리 항공승객 1인당 탄소 배출량:, 230kg, JAL의 B737-800: 165인승  230kg x 165 x 2회) 10년 전 노르웨이의 한 경제학자가 비만 승객에게 항공료를 더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 뉴스가 된 적 있다. 평균의 허용오차 안에서 커버되는 한두 명의 승객이 아닌 이런 단체일 경우 결국 항공사의 추가 비용은 이후 모든 승객의 요금에 분산될 것이니, 이들에게 비용을 추가로 받아야 함이 당연한 경제논리일 것이고, 더불어 이들이 움직이며 추가로 배출한 76톤의 무게를 생각하면 탄소중립의 여정에 비만 탈출로서 우리가 조금 노력을 더할 수 있는 것을 알게 해 준 뉴스가 다시 재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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