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역을 뒤덮은 '북극한파', 러시아 최대 천연가스 생산업체 노바텍의 가스탱크 화재 발생 등 가스 수요를 확대하고 공급을 제한하는 요인들이 많음에도 불구 현재 가스 가격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예상보다 미국의 천연가스 재고량이 충분하다는 미국 에너지관리청(EIA,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의 발표와 동북아시아의 재고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당장의 유가 안정이 가격 상승요인을 '모두' 반영했다고 볼 수는 없기에 근래 관련 기사들 중 관심이 갈만한 내용으로 정리를 해 보고자 한다.
파나마 운하 정체로 미국-아시아 LNG 거래 둔화

심각한 가뭄의 지속으로 파나마 운하 당국(PCA)은 2023년 내내 여러 차례 가뭄 제한 조치를 시행하였고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파나마 운하에 물을 공급하는 가툰호수(Gatun Lake)의 저수위가 급격히 감소해 지난여름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였기 때문이다. 올해 초까지는 엘니뇨 현상이 지속되어 가뭄의 영향 또한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측 파나마 운하 지도(Source: 위키백과)에서 보듯이 파나마 운하는 가툰댐을 쌓아 만든 인공호수인 가툰호를 중심에 두고 통과하며 양쪽의 대서양과 태평양으로 연결시키는 운하에 가툰호수에서 물을 공급하며 통행이 되는 구조이기에 이 호수의 물부족은 바로 운하의 운용에 제한으로 연결될 수 있다.
국제 에너지 기구(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는 이러한 제한이 LNG 거래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교통 혼잡을 심화시키고 화물 운송에 잠재적인 지연을 야기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즉, 정상적인 상황에서 LNG 운송선이 파나마 운하를 통과할 때 2~3일의 대기 기간을 예상하지만, 2023년 12월의 경우 평균 15일 정도가 소요되고, 즉, 선주가 어렵게 파나마 운하의 환승 예약 시스템을 통해 슬롯을 확보하게 되더라도 이 업체는 환승 비용 부담과 더불어 예측 불가능성 또한 예약하게 되는 것이니, 더 먼 항로임에도 불구하고 LNG 운반선은 일정상의 확실성을 제공하는 반대편으로의 대체항로를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보통 정상적인 상황에서 미국 멕시코만에서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여 일본까지 가는데 20일 정도 걸리는데, 대체항로인 수에즈 운하를 거치게 되면 한달 남짓, 만약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게 된다면 40일이 걸리게 된다. 즉, 대기기간이 20일 정도 된다면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가는 것과 비슷한 기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니 차라리 느긋하게 가며 $600,000 ~ $700,000 (170K LNG 선 기준)의 환승요금을 아끼는 선택을 하게 된다는 얘기이다.
이러한 영향으로 실제 2023년 파나마 운하를 통과한 미국 LNG 수출 화물량은 특히 2분기 급격히 감소하게 되고 운송기간이 길어지니 운임이 올라가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되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이제 홍해에선 혼란스런 상황으로 인해 위험이 높아지며 보험료가 증가하게 되고 아얘 이를 회피하려다 보니 가장 긴 희망봉 항로를 택하게 될 수밖에 없게 되니 미국산 LNG의 아시아로의 수출이 둔화될 수밖에 없게 된다.
바이든 행정부, LNG 수출 동결
바이든 행정보는 지난주 금요일 미국 액화천연가스 수출에 대한 새로운 허가 승인을 중단하고 이러한 LNG 수출이 기후 변화, 경제 및 국가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계획을 밝힌다. 이번 조사는 기존 분석이 2018년 이후 업데이트 되지 않았기에 기존 분석 기초로 새로운 수출이 연방법에 의해 설정된 기준인 공익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이번 조치는 에너지전환기 LNG의 역할에 대한 논쟁의 과정에서 진행되기에 특히나 관심을 끌고 있고, LNG 수출 옹호자들은 개발도상국이 석탄 사용을 중단하고 유럽의 러시아산 가스에 의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하는 반면 환경론자들은 미국산 LNG 공급 확대로 화석연료와의 동거 시간을 지속 늘려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바이든 행정부의 조치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포함한 공화당은 바이든이 미국 내 일자리와 경제문제를 희생하며 기후 문제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고, 민주당 상원의 온건파들도 미국 근로자, 기업 및 도움이 필요한 동맹을 희생시키며 기후 활동가들을 영합하려는 정치적 계략에 불과하다 지적하고 있다.
한편 백악관의 국가기후보좌관은 기존 분석이 천연가스의 주요 성분인 메탄이 온난화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정보를 반영하지 못했기에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메탄슬립 (Methane Slip)
최근의 조선 관련 뉴스를 보다 보면 에너지전환기 친환경선박연료로 천연가스를 채택하고 이에 따라 LNG 벙커링 선박도 건조되고 있다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 또한 우리나라 조선업체가 이에
shygongdole.tistory.com
여하간 정치인들 이렇게 이번 추가 수출에 대한 승인이 중단되어 큰 영향이 있는 것처럼 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실상은 작년까지 이미 에너지부의 승인을 받은 프로젝트 중 7개는 운영되고 있고, 10개의 프로젝트는 여전히 다양한 개발 단계에 있기에 추가 승인 없이도 최대 일 120억 ft³의 물량을 수출 물량을 더할 수 있는 상황이니 전부 정치 놀음이라 보는 게 이상치 않을 것이다.
홍해의 긴장 하나만 가지고도 앞선 글 '운송수단별 탄소배출량'에서 언급했듯이 컨테이너 운임은 급격히 상승하고 있고, 석유제품 운반선들도 80% 이상의 운임이 상승하고 있는데, 가스의 경우 여러 사건이 동시 다발로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각국 보유한 가스 제고가 충분하여 가격은 안정화되어 있고 수요 측에서 급한 면이 없으니 오히려 LNG선 용선료는 떨어지고 있다. 사건 발생에 대한 인과 관계가 비교적 명쾌하게 움직이는 해운시장임에도 불구 LNG는 주식처럼 예측 변동성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여하간 기후변동의 영향으로 인한 파나마 운하 통과의 제약이든 그리고 이 제약에 따른 운송거리 증가로 에너지 소비가 추가되는 것이든, 기후에의 영향을 살피기 위한 미국의 LNG 수출건에 대한 조사든지 요즘의 많은 우리 주변 벌어지는 일들의 원인과 그 결과가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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