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유럽의 겨울 기온이 20℃를 넘나들며 '겨울실종'이란 기사와 더불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기인한 난방용 천연가스가 부족할 것이라 전망하던 이들을 겸연쩍게 만들었었고 가스가격 상승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을 손실을 이끌었었는데 지난주 전망을 으쓱하게 만들었었다. 지난주도 30℃ 가까이 치솟는 스페인 남부의 겨울 날씨 소식이 뉴스에 나오며, 마드리드 외곽의 리조트가 예년 같으면 1m 정도 쌓여 있어야 할 눈이 없어 스키를 타지 못하게 된 관광객들의 원성을 듣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는 온난화로 인해 지구 평균기온이 상승하게 되면 눈이 내리는 지역과 시기가 줄게 될 것이라고 상식적으로 이해하고 있는데 이게 일반적인 얘기인지 한번 살펴보고자 한다.
지구가 더워지면 폭설이 내린다.
작년 말을 떠오르면 된다. 특히 미국에서 수많은 폭설 뉴스가 나왔고, 뉴욕주의 한 미국인 부부는 나이아가라 폭포로 향하다 폭설에 갇힌 한국인 관광객들을 집으로 들여 한식을 나누며 성탄을 즐겼다는 소식이 미담으로 나돌았다. 실제 작년 크리스마스 전 미국은 최대 171cm에 달하는 폭설과 한파로 180만 가구가 정전되고 14명이 사망하는 등 커다란 인명피해가 발생할 정도였다. 21년도에 미 남부의 텍사스까지 한파가 몰아닥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가동을 멈췄던 소식도 우린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럼 왜 지구는 더워지는데 차가운 폭설이 심해지는 것일까?
바로 공기 중에 수증기가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기온이 1℃ 올라갈 때마다 7%의 수증기를 더 품을 수 있다고 하니 그만큼 폭설이나 폭우가 내릴 확률도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눈이냐 비냐는 내리는 곳의 기온에 따라 변하게 된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제트 기류가 약화되며 극지의 차가운 공기가 남쪽으로 더 내려오며 지독한 한파를 부르기도 한다. 이럴 경우엔 반대로 공기 중의 습기량이 떨어지게 되니 눈은 없고 그냥 마구마구 춥기만 하게 된다. 여기서 설명 빠진 호수효과(Lake effect)라는 것이 있다. 북미의 오대호 같이 큰 수역을 찬 공기가 지나게 도면 상대적으로 온도가 높은 호수로부터 수분과 열을 공급받게 되니 그 마구마구 차가왔던 공기의 온도가 올라가며 엄청난 수분도 유입되어 영하의 온도에는 엄청난 눈보라(Snow storm)를 반대로 영상의 온도가 되면 폭우를 유발하게 된다. 우리나라 동해를 거치며 울릉도에 많은 눈이 내리고 일본에도 엄청난 눈을 뿌리는 것도 이러한 호수효과 덕이다.
눈은 지구온도를 낮춘다.
그렇다. 일단 눈이 내려 땅에 쌓이게 되면 눈과 얼음의 밝은 색으로 인해 지구표면에 도달한 태양의 빛 에너지를 반사하게 되며 대기 온도를 낮추게 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지구의 지표 평균기온이 높아져 지구의 극지나 산악지역에 있는 얼음이 녹게 되면 반대로 지구의 온도를 현재보다 0.43℃ 더 오르게 만든다고 한다. 이번 세기 안에 북극해를 덮고 있는 열음이 여름철엔 모두 녹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이 경우만으로도 기온이 0.19℃ 도 올라간다고 하니 서로 꼬리를 물고 악순환이 되는 상황까지는 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탄소배출이 눈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위에서 정리한 지구의 온도를 높여 눈과 얼음이 녹는다는 것보다 좀 더 직접적인 사례가 있다.
화석연료를 사용하게 되며 불완전 연소 등의 이유로 먼지나 분진, 그을음처럼 고형의 탄소가 배출되게 되는데 이것을 블랙카본(Black Carbon)이라고 한다. 이들이 밝은 색의 눈과 얼음 위에 떨어지게 되면 이곳은 빛 에너지를 반사하는 것이 아닌 흡수를 하게 되며 결과적으로 북극이나 산악 지역에서의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가속화하게 된다.
참고
그린카본(Green Carbon): 육상 생태계가 흡수하여 저장하는 탄소 (열대우림, 툰드라 삼림... ...)
블루카본(Blue Carbon): 바다와 습지 등 해양 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 (맹그로브 숲, 갯벌, 해조류 숲......)
눈이나 얼음 위에서만이 아니라 블랙카본은 구름에서 수증기와 섞여 비로 내리며, 혹은 눈과 함께 내리며, 지표 환경에 위해성을 발휘하며 온실가스와 함께 또 다른 주범으로 불리기까지 한다. 하지만 세상 어떤 것도 그런 것처럼 블랙카본도 이면을 보면 긍정적인 모습도 찾을 수 있다. 블랙카본이 대기권 상부까지 도달하여 이산화황 등의 유기물과 혼합되게 되면 대기까지 내려오는 태양빛을 중간에서 가로막고 반사하며 냉각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런 원리를 이용하여 과학계에서는 아예 햇빛이 지표에 미치는 것을 차단하자며 SRM(Solar Radiation Modification)를 제안하기도 하는데 이는 태양 빛을 다시 우주로 반사하여 인간이 유발한 기후 변화를 제한하거나 상쇄하는 방법이다. 인공적으로 만든 백색 풍선이나 우주 거울을 띄우자는 아이디어부터 대기권 상부에 유황산 에어로졸을 뿌리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으나 다른 문제들을 유발할 수 있어 신중하게 연구되고 규제가 되어야 한다.
최근 우리가 보고 들은 아이슬란드, 인도네시아 화산 폭발 및 대규모 산불로 대기권 상층부에 뿌려진 화산재와 연기로 지구 온난화를 어느 정도 상쇄하였다는 연구가 있을 정도고 올 4월 폭발한 러시의 캄차카반도의 시벨루치 화산 폭발로 러시아의 기후학자는 0.1℃ 지구 기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수치까지 제시하였으니 효과에 대해선 의심하지 말자!
눈이 오면 춥지 않다.
물이나 수증기가 얼기 위해서는 온도가 낮아져야 한다. 즉 자신이 차가워지기 위해 열을 배출하여야만 한다. 이렇듯 보통 1g의 눈이 만들어질 때 8kcal 정도의 열에너지가 발생하게 된다고 하니 눈 오는 날이 덜 춥다는 것이 이해가 쏙쏙 된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한 사례가 에스키모인들의 이글루이다. 이글루는 바깥은 찬 공기가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뿐만 아니라 외관을 구성하는 눈으로 만들 블록, 얼음 덩어리에 수시로 물을 뿌리게 되면 녹았다 어는 과정을 반복하며 열을 배출하게 되고 그 열 에너지로 인해 안쪽이 따뜻해진다는 것이다. 오호라...
우리 흔히 따뜻해야 눈이 온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너무 춥게 되면 대기가 품을 수 있는 습기가 줄게 되고 그러면 많은 눈이 내릴 확률이 줄어들게 된다. 또한 눈이 오면 눈이 배출하는 열로 주변을 따뜻하게 한다. 어떤 게 먼저든 일단 너무 춥기만 한 한파 보단 살포시 내리는 눈과 함께 맞는 추위가 좋다.
지난 주말 갑자기 뚝 떨어진 기온에 이어 이번 주 후반 북쪽의 한파가 몰려온다는 예보다. 모쪼록 감기 걸리지 말고 건강 유의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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